하루 세줄 글쓰기(4.18, 일) : 초등학교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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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줄 글쓰기(4.18, 일) : 초등학교가 그립다

by yeonjaei 2021.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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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줄 글쓰기(4.18, ) : 초등학교가 그립니다

 

 

 약국에 다녀오는 길이다. 가고 싶지 않은데 나이가 들면서 밥 먹듯이 자주 병원과 약국을 다닌다. 늘 다니던 익숙한 길이다. 길가에서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초등학교가 있다. 선거철이면 출석 체크하듯이 빠짐없이 투표하려고 오는 곳이다. ‘일요일이라 학생들도 없을 텐데 한번 구경하고 갈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상황이라서 학교 정문까지만 가서 학교 안을 들여다보았다. 3층으로 되어 있는 학교다. 대부분의 학교 건물은 회색 계통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는 노란색이다.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교실 앞으로 운동장이 있다. 축구 골대가 있고 트랙도 흰 줄로 둥그랗게 그려져 있다. 어릴 때는 교실이며 운동장이며 굉장이커 보였는데 지금은 작아 보인다. 시골에서 초등학교 다닐 때 교실 안에서 공부했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뛰어노는 게 최고로 좋았다. 학교 입구에서 군것질했던 생각, 장난치다가 선생님께 혼났던 생각, 소풍 갔던 생각들이 떠오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운동회다. 부모님도 오시고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 목이 터지게 응원도 하며 신나게 뛰었다. 운동회는 한마디로 동네 잔치였다. 달리기도 기억이 난다. 어쩌다 1등을 해 상품으로 공책을 타 자랑하려고 부모님께 달려갔었다. 초등학생으로 다시 돌아가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달리고 싶다.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들의 얼굴이 교실 안에 그려진다.

 

 학교 앞 바로 오른쪽으로는 육교가 있다. 근처에서는 육교를 볼 수 없는데 이곳에 하나가 있다. 학교 앞이라서 안전을 위해 설치했나 보다. 그러나 한참을 보아도 육교를 넘어 지나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 참새 두 마리만 엉덩이를 씰룩대며 생뚱맞게 놀고 있다. 육교는 나이도 많이 들어 보인다. 내 나이 정도 됐을까. 색깔도 변하여 깨재재하고 군데군데 벗겨져 있다. 예전에는 사람이 많이 이용했겠지만 교통 상황도 변하고 해서 지금은 육교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것 같다. “나도 할 일이 없어 무척 무료하고 심심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육교 몇 미터 앞에는 지나는 차들을 내려다보는 신호등이 걸려있다. 지금은 빨간불이다. “모든 차는 멈춰! 움직이면 혼난다.”라고 하듯 눈을 부릅뜨고 있다. 내 발걸음도 잠시 멈칫했다. 신호등은 금세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신호등도 나보다는 모질지 못한가 보다. 차들은 고맙다는 말도 없이 쏟살같이 달려 나갔다.

 신호등 옆으로는 스타벅스 커피점이 있다. 일요일 오전이라서 인지 손님은 별로 안 보인다. 젊은 남녀 몇 사람만 커피를 마시고 있다. 커피 향이 출입문 밖에 있는 구경꾼 내 코를 자극한다. 진한 맛이다. 젊은이들은 이런 진한 맛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진한 것을 마시면 잠이 잘 오지 않아 연하게 타서 커피를 마신다. 젊었을 때는 커피점, 아니 다방을 많이 찾았었다. 우리는 다방문화 세대다. 그때 다방은 젊음의 상징, 만남의 장소였다. 담배 연기가 뿌연 다방에서 팝송을 신청해 들으며 커피에 설탕을 타 마셨다. 마신 것이 아니라 왁자지껄 먹었다. 그래서인지 스타벅스 커피점에 들어가는 것이 왠지 쑥스럽고 꺼려진다. 자주 가지 않아 낯설기도 하지만 이질감도 느껴서일까. 운동경기이지만 축구와 야구가 다르듯이 기성세대와 X세대(1960년대 후반~ 1970년대), Y세대(1980년대 ~ 1990년 중반), Z세대(1990년대 중반 ~ 2000년대 중반)가 서로 생각이나 감정, 이념이나 행동이 다른 것은 당연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반목하기보다는 이해의 깊이를 더해 갔으면 좋겠다.

 스타벅스에서 몇 걸음 옆에는 꽃집이 있다. 쉬는 날인가 보다. 문은 닫혀 있지만 봄꽃이 담긴 화분 몇 개가 입구에 놓여있다. 나는 꽃을 좋아한다. 그냥 밝고 순수하기 때문이다. 화분에 꽃을 심어 보기도 했고 물을 너무 많이 주어 죽여보기도 했다.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고 했듯이 관심도 과도한 관심, 사랑도 지나친 사랑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편 어제는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다녀왔다. 집에서 좀 멀긴 하지만 찾고자 하는 책이 다 있었다. 책이 필요할 때는 도서관으로 달려간다. 근처에 도서관이 있어 정말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불안한 감정도 있었다. 도서관에서 나와 집으로 오는데 소방차가 지나갔다. 불이 난 모양이었다.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어쩌지 염려도 되었다. 문뜩 걱정되는 감정이 또 튀어 올랐다. 혹시 우리 집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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