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줄 글쓰기(4.20, 화) : 우리 집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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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줄 글쓰기(4.20, 화) : 우리 집 자동차

by yeonjaei 2021.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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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줄 글쓰기(4.20, ) : 우리 집 자동차

 

 

 우리 집 자동차는 집 앞에 있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에 서 있다. 길가 건물 밑이다. 망부석처럼 늘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나를 기다린다. 점잖은 회색 차량에 중형급이다. 차는 중년을 넘어 장년을 거쳐 지금은 노년기에 들어섰다. 17년 전에 차를 샀고 어제 확인해 보니 약 19km를 뛰었다. 장거리를 운행하는 차는 아니었지만 매일 우리와 함께 억수로 부지런히 달렸다. 우리 가족의 보배 이자 삶의 동반자였다. 이제는 찌그러지고 파이고 녹슬고 색깔도 바래서 어디 하나 성한 데가 없다. 언덕을 오를 때면 덜덜 힘들어한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냄새가 난다고 하던데 차를 타면 텁텁한 냄새도 난다. 내가 차를 거칠게 몰고 관리를 소홀히 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고생한 흔적에 오늘 차를 타려고 하니 왠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동시에 들었다. 눈이 온 것처럼 차에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아 먼지떨이로 목욕시킨 듯 구석구석 깨끗이 닦아 주었다.

 

 지금 자동차는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사주셨다. 그전에는 액셀을 탔었는데 그 차도 참 오래 탔다. 그 당시 직장을 다니면서 신차를 불쑥 새로 뽑는다는 것이 경제적으로 그리 쉽지 않았다. 시골 고향 집에 행사가 있어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부모님을 찾아뵈었다. 거기서 오래된 내 차를 보시고 마음이 썩 안 좋으셨는지 며칠 뒤에 돈을 부쳐주셨다. 여러 번 괜찮다고 사양을 했는데도 끝내 돈을 보내주셨다. 그래서 차를 보면 부모님 생각이 더 난다. “시골에서 농사지으시면서 어떻게 그런 큰돈을 마련하셨을까? 돈을 모으려고 쓰지도 드시지도 않았을 텐데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를 문다. 왜 그때 괜찮다고 강력히 거절하지 못했을까? 지금도 후회스럽고 죄책감을 느낀다. 겨우 한 것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 영정을 차에 모시고 간 것뿐이었다.

 우리 집 차는 주로 물건을 배달하는 일을 한다. 우리는 가족끼리 코딱지만 한 반찬도시락 가게를 운영한다. 비록 작지만 반찬가게 초창기에 시작을 했으니 벌써 13년째 전통을 이어간다. 그래서 거동이 불편하신 단골 어르신께 반찬을 가져다드리기도 하고, 근처에 있는 대학교와 직장에 도시락을 뛰엄뛰엄 배달도 한다. 차는 하루 서너 번 시간에 맞춰 배달하기 위해 발에 땀이 나듯 열심히 뛴다. 물론 반찬을 요리할 재료를 사기 위해 시장도 다닌다. 배달하는 것만은 아니다. 정기적으로 시골 고향을 찾아가고 우리 가족을 타우고 함께 여행도 한다. 옛 직장이 있었던 강원도 곳곳을 누비기도 했고 파도 소리가 그리우면 동해나 서해 바다로 우리를 데리다 주었다. 하지만 요즈음 먼 길을 갈 경우에는 차도 배려하고 안전을 위해 기차나 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차도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듯 카센터를 자주 드나든다. 연식이 있다 보니 고장도 잦고 부속도 자주 간다. 얼마 전에 엔진 오일이 샌다고 해서 손을 봤는데 어제는 브레이크에 문제가 생겨 또 카센터에 맡겼다.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앞으로 이 비용은 더 들어갈 것이다. 멀리 차를 가지고 가는 것도 불안하다. 그래서 이제 이 차를 어떻게 할까? 고민이 많다. 차가 가족들 몸에 익어 운전하기도 편하고 정이 많이 들은 것도 사실이다. 이 차가 배달하는 데는 딱이고 아직까지 문제가 없어요하는 말에 선뜻 바꾸겠다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안전도 고려해야 하고, 창피한 것이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남의 시선이 따가울 때도 있다. 아깝고 아쉽지만, 조만간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한편 어제는 카센터 사장님과 직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차 수리를 하러 가면 언제나 짜증 없이 친절하게 최선을 다해 정비해주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피곤하기도 했었다. 통상 아침 6시경에 일어나는데 5시경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낮에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조금 더 잠을 자려고 애썼으나, 결국 잠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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