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줄 글쓰기(4.19, 월) : 동네 홍제천의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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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줄 글쓰기(4.19, 월) : 동네 홍제천의 휴일

by yeonjaei 2021.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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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줄 글쓰기(4.19, ) : 동네 홍제천의 휴일

 

 

 어제는 운동 겸 산책 겸 동네 홍제천을 걸었다. 새색시처럼 화창한 봄날이었다. 홍제천은 지방 2급 하천으로 서울 종로구와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에 걸쳐 흐른다. 조선시대에 이 하천 연안에 중국 사신이나 관리가 묵어가던 홍제원이 있어서 '홍제원천'이라 불렀다고 한다. 1983년부터 개수가 시작되어 19992월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누가 뭐래도 이제 홍제천은 시민을 위한소통의 공간, 화합의 공간, 희망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홍제천 양가에는 사람이 다니는 길과 자전거길이 나란히 기찻길처럼 나 있다. 코로나 상황이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나와 있었다. 갑갑한 마음에 밖으로 나왔나 보다. 대부분 천천히 걷지만, 머리에 띠를 두르고 달리는 사람도 있었다. 사이클 타는 사람들이 힘차게 패달을 밟으며 내 옆을 바람처럼 휙 지났다. 따릉이를 탄 젊은 여자는 실룩샐룩 그 뒤를 따르려 애를 썼다. 나도 몇 년 전만해도 운동한답시고 뛰기도 했었고 자전거도 탔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릎이 아파 엄두도 내지 못한다. 콩알만 한 강아지가 할머니를 힐끗힐끗 돌아보며 총총 뛰어갔다.

 홍제천 길가에는 길가 정원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으나 정원석과 꽃들로 예쁘게 조성되어 있다. 돌 사이에 핀 꽃들이 지나는 사람들에게 싱그런 미소를 보냈다. 하얀 꽃, 노란 꽃, 붉은 꽃, 그리고 내가 좋아 하는 분홍 꽃도 피어있었다. 가던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꽃 사진을 찍는지 자세를 취했다. 나도 덩달아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영원히 자태를 뽐낼 것 같았던 꽃들이 하나둘 지기 시작해 못내 아쉬웠지만 여전히 꽃은 우리 마음을 가볍고 행복하게 한다. 꽃을 보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난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가족에게 희망의 꽃이었기 때문이다.

 홍제천의 물살은 그리 세지 않다. 천천히 걷는 내 걸음 속도나 될까? 나는 빠른 것보다는 여유로운 모습이 좋다. 지난 삶을 살아오면서 빨리빨리에 너무 지쳤나 보다. 물속에서는 네다섯 마리의 잉어 떼들이 다리 밑으로 들어갔다. 일렬로 줄지어 꼬리를 슬렁슬렁 흔들며 지나갔다. 손톱만 한 작은 물고기들도 깨알같이 많았다. 잉어가 지나가도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비록 잉어가 큰 물고기이라 하더라도 자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었다. 이들에게 약육강식(弱肉强食) ’이란 한자 성어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홍제천에 나오면 자주 보이던 청둥오리가 어제는 보이지 않았다. 늘 주둥이를 물속에 묵고 무언가 쪼아먹는 듯 했는데 또다른 일터를 찾아 떠난다 보다.

 친구인지 모녀인지 아주머니 두 분이 넘어질 듯 말 듯 어린아이처럼 징검다리를 건넜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했다. 미소가 내 얼굴에도 잦아들었다. 징검다리를 보면 어릴 적 어머니와 시골 개천을 건너던 기억이 난다. 개천 너머에 우리 고추밭이 있어 물에 놓인 돌을 밟고 건넜었다. 고추밭만 떠올라도 어머니께 죄스러운 생각이 든다. 꽤 넓은 고추밭이었다. 어머니와 고추를 따러 갔다가 두어 고랑은 뙤약볕에서 왔다갔다 하며 열심히 땄다. 조금 지나니 허리도 아프고 지루하기도 하고 아마도 꽤병이 났었나 보다. 친구들과 놀고 싶은 생각에 고추 따던 것을 그냥 팽개치고 도망쳐 왔었다. 어머니 혼자서 더위 속에서 그 많은 고추를 따셨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정말 마음이 아프다.

 홍제천길가 공간에는 여러 운동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한쪽에서는 아빠와 엄마, 아이들이 배드민턴을 쳤다. 잠깐 구경을 해보니 초보인지 공을 자주 떨어뜨리며 잘 치지는 못했다. 그러나 깔깔대며 사랑스럽게 치는 모습은 정말 고수였다. 부러웠고 순간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구장에서는 대학생쯤 보이는 젊은이들이 돌아가면서 골대에 슛을 날리고 있었다. 함께 어울려 웃으며 운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철봉과 평행봉은 사람들에게 왕따를 당했는지 시무룩했다.

 한참을 갈어가던 홍제천을 다시 돌아 집으로 향했다. 미세먼지 판에는 좋음을 표시했다. 가끔 나오는 홍제천이지만 어제따라 마음은 시골집 부엌처럼 따뜻했다. 오늘은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다. 한 주 동안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겠지만, 마음만은 편했으면 좋겠다.

 

 한편 어제는 홍제천을 한참 걸었는데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 오래 걸으면 왼쪽 무릎이 아팠는데 그만큼이라도 걸을 수 있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에 감사합니다. 불편한 감정도 들었었다. 그제부터 목에 편도선이 섰는지 물을 먹거나 침을 삼키면 목구멍이 아팠다. “괜찮아지겠지하며 그냥 지냈는데 좀 더 아파지기 시작했다. 더 심해지는 것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에 결국 약국에 나가 약을 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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