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줄 글쓰기(4.16, 금) : 건강검진 결과 보러 가는 날
본문 바로가기
하루 한번 글쓰기

하루 세줄 글쓰기(4.16, 금) : 건강검진 결과 보러 가는 날

by yeonjaei 2021. 4. 16.
반응형

하루 세줄 글쓰기(4.16, ) : 건강검진 결과 보러 가는 날

 

 

오늘은 동네 병원에 건강검진 결과를 보러 가는 날이었다. 지난주에 건강검진을 받았기 때문이다. 검진 받으면서 혹시 몰라 대장내시경과 위내시경도 함께 받았다. 지금은 약을 타서 집에 와 있다.

 

아침 거리는 마스크 쓰고 오가는 이들과 달리는 차들로 바빴다. 인도 옆에는 공중전화기 박스가 서 있었다. 하늘색 전화기 박스 안에는 전화기 한 대가 받침대 위에 앉아 있었는데 꼭 거북이 모양을 닮았다. 졸리는 듯 희미한 눈동자로 멋쩍게 지나는 나를 바라보는 듯 했다. 문뜩 옛날 전화카드를 꼽고 전화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친구와 부모님께 전화하려고 전화기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줄까지 섰었지. 예전에 공중전화기는 참 인기가 많았다. 연인 간 사랑을 속삭이고 친구 간 우정을 나누고 부모 자식 간 안부를 묻는 통로로써 고마운 존재였었다. 지금은 핸드폰에 밀려서 찾는 이조차 없는 전화기. 안쓰럽고 불쌍하기까지 했다.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는 성경 구절이 머리를 스쳤다.

어느새 병원에 도착했다. 내과의원이다. 집에서 서둘러 일찍 출발했는데 먼저 온 사람들이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순서에 따라 의사와 면담이 시작되었다. 의사가 하는 말은 건강검진 결과, 당뇨며 혈압이며 다른 것을 다 좋은데 고지혈증이 위험 수준이다. 그래서 약을 먹어야 하는데 이 약은 고혈압약처럼 평생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2년 전 건강검진을 받을 때는 괜찮았는데 머리가 노랗고 띵했다. 이어 대장내시경과 위내시경 결과를 설명 듣는데 몹시 긴장되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지만, 대장에서 암으로 발전되는 용정을 6개나 떼어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고지혈증약을 한 달 치 처방해 줄테니 먹어보고 다음에 다시 병원에 나오라고 한다. 진료를 마치고 병원 문을 나오면서 암 소견은 없어 그래도 감사하자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왠지 마음은 바위같이 무거웠다.

큰 생각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유소 옆을 지났다. 젊은 아저씨가 오토바이에 기름을 넣었다. 아저씨는 덩치가 크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옷에 헬멧도 쓰고 있었다. 오토바이 뒤에 짐 싣는 상자 같은 것이 있는 걸 보니 아마도 배달 일을 하는 모양이다. 위험을 담보로 밥줄을 싣고 폭풍우처럼 달리는 배달 아저씨들. 저들도 다만 다가오는 어린이날만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바다로 조개를 캐고 동물원에도 가고 싶겠지.

비가 오려는지 연한 구름들이 하늘을 덮고 있다. 밝은 빛줄기는 한점도 찾아볼 수 없다. 내 마음의 날씨도 잔뜩 흐리다. 안쓰러운 공중전화기를 만나고 안 좋은 건강검진 결과를 듣고 지쳐 보이는 배달 아저씨를 만났던 탓일까. 누군가 모든 것에좋고 나쁜 것은 없다고 하던데 나쁘다는 생각, 안됐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인가 보다. 그 속에서 한번 좋은 일, 감사할 일을 찾아봐야겠다.

한편 어제는 딸아이의 생일이었다. 나는 딸아이에게 너무 기대를 많이 걸었었다. 그래서 실망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여기까지 건강하게 자라준 것만도 감사합니다. 무서운 감정도 들었었다. 지인이 간밤에 꿈 이야기를 했다. 거인처럼 큰 사람이 자기 머리 앞에 불쑥 나타나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엄청나게 놀랬다고 한다. 나도 순간 소름이 끼쳤다. 무서운 감정이 뒤따라 올라왔다. 혹시나 밤에 자다가 꿈에 거인이 나타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