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줄 글쓰기(4.15, 목) : 아침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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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줄 글쓰기(4.15, 목) : 아침 창가에서

by yeonjaei 2021.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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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줄 글쓰기(4.15, ) : 아침 창가에서

 

 

아침에 일어나 창가에서 밖을 바라본다.

호리호리한 전봇대가 전압기를 가슴에 안고 길가에 서 있다.

세 가닥의 전깃줄은 흐르는 강물처럼 저 멀리 산 중턱 너머로

달린다. 흰 비둘기 한 마리가 전봇대 꼭대기에 앉아 있다.

고개를 요리조리 좌우로 둘리는 걸 보면 아마도 아침 먹이를

찾는 모양이다. 나도 아침으로 무엇을 먹지 하는 생각이

순간 스친다.

 

창밖 정면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큰 건물이

하나 있다. 그 건물 3층 옥상에는 허리가 조금 굽고

말라 보이는 나이 드신 할아버지가 빙빙 돌고 있다.

그곳에서 아침 운동을 하시는 것 같다. 어제도

옥상 가장자리를 따라 도는 똑같은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집 거실에 있는 TV에서도 아침 운동하는 화면이 나온다.

나는 아침 운동을 했던 적이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음은 있었다. 일주일에 몇 번 정도는

동네 한 바퀴라도 돌아야지 하는 계획도 세웠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 피곤하다는 이유로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 같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다시 시작할 용기도 없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왜 자꾸만 현재에 안주하며 게으르고 나약해지는지 모르겠다.

나만 그러는 걸까.

 

전봇대 밑으로는 으뜸 세탁소가 있다. 우리도 자주 이용을 한다.

세탁소에 가면 왠지 고향 같은 편안한 마음이 든다.

사장님께서 정말 성실하시면서도 겸손하고 친절하기 때문인가 보다.

사장님이 출근하기 이전이라서 낡아 드르륵 소리 나던 출입문은

아직 닫혀 있다.

 

오늘따라 창밖에 보이는 전봇대든 비둘기든 할아버지든

세탁소든 모두가 고마운 존재로 다가온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은

끔찍해 생각조차 하기 싫어서인가 보다.

모두가 사랑스럽고 존귀한 이웃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먼저 인사라도 하며 다가서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한편 동네 근처 좀 먼 이웃에는 거동이 불편하신 노부부가 사신다.

마트에 물건도 사러 가기 못하실 정도로 다리가 아프시다.

어제는 다행히 마트에서 고추장을 사다 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오히려 감사했다.

순간 염려되는 일도 떠올랐다. 아들이 차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혹 차 사고라도 날까 봐 걱정되었다. 차 운전할 때는 운전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소홀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문뜩 들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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